디지털 세상 흔드는 인증서 ‘NFT’는 혁신일까

by | 2022-03-01 | 과학기술 | 0 comments

KBS에 ‘TV쇼 진품명품’이라는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의뢰인이 유물을 출품하면 전문 감정단은 해당 유물이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판가름하고,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 준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물들은 대개 오래 전에 만들어진 예술작품들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생긴다. 가치 있는 예술작품은 과거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형태가 음악이나 영상처럼 디지털 콘텐츠인 것도 많은데, 이 경우에는 어떻게 진품과 복제품을 구분할 수 있을까?

◇디지털 콘텐츠에도 ‘진품명품’ 있다?=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의 진위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일종의 정품 인증서가 바로 ‘NFT’다.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우리말로 해석하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앞서 언급했던 ‘진품명품’을 떠올리면 된다. 디지털 콘텐츠에 일종의 식별코드를 부여해 해당 작품의 고유함을 인증하고, 복제하지 못하도록 기술적인 장치를 해 놓은 것이다.

전통적인 예술작품은 전문 감정사가 진위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반면, 디지털 콘텐츠는 무제한으로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하기에 원본을 알아내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NFT는 무형의 콘텐츠 중 어떤 것이 원본인지 알려주는 인증서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코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생성 일자, 판매 이력, 판매 금액, 소유권 등의 정보까지 담을 수 있다. 주로 디지털 콘텐츠 및 게임 아이템 거래 등에 쓰이고 있다.

◇NFT, 나도 거래할 수 있다고?=그렇다면 디지털 콘텐츠에 NFT를 심는 방법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거래할 수 있을까? NFT 거래소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가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고, 주식을 사고 팔 때 증권거래소를 찾는 것처럼, NFT 또한 별도의 거래소가 있다. 대부분은 해외 플랫폼으로 오픈씨, 라리블, 메이커플레이스, NFT매니아 등이 있다. NFT 거래는 암호화폐로 이루어진다.

NFT 거래소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그림, 영상, 음악 등)를 NFT 파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을 ‘민팅(Minting)’이라고 한다. 민팅 작업을 할 때는 일종의 수수료가 붙는데, 이를 ‘가스피(Gas fee)’라고 한다. 디지털 콘텐츠를 NFT로 생성하는 방식은 ‘싱글’과 ‘멀티플’ 등 두 가지다. 싱글은 하나의 NFT를, 멀티플은 여러 개의 NFT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한정판 가방을 1개만 만드는 것(싱글)과 여러 개의 에디션으로 만드는 것(멀티플)과 같다.

NFT를 구매하는 것은 저작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닌, 해당 콘텐츠의 소유권을 얻는 것이다. 유명 화가가 그린 그림을 샀다고 해서 구매자가 창작자의 권리까지 갖지는 않는 것과 유사하다.

멀티플로 만들어진 NFT에는 저마다 고유한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그 번호에 따라 제각각 가치가 다르다. 예를 들면 생산된 총 개수가 적을수록, 고유번호가 앞 번호일수록 희소성이 높다. 명품 브랜드에서 한정판 구두를 샀는데 그 구두가 전 세계에 1000개인 것보다는 10개뿐일 때 더욱 가치가 높을 것이다. 또한 148번째 에디션보다는 1번째 에디션이 더욱 값어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NFT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NFT는 누구나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고 누구나 디지털 예술품을 소장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대학생 술탄 구스타프 알 고잘리는 5년 동안 찍은 평범한 셀프카메라 사진들을 NFT로 만들어서 올리고 수십억 원의 이익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셀카 1장당 가격을 3달러로 책정했을 만큼 큰 수익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사용자들은 5년 간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색다른 발상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혁신일까, 거품일까…앞으로 과제는?=NFT 시장분석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NFT 시장 규모는 3억3803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NFT는 왜 이리도 각광받는 것일까?

NFT는 디지털 콘텐츠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고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예술작품들은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물론,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활발하게 거래됐다. 반면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형의 콘텐츠는 여전히 제대로 값을 매기기 어려웠다.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드디어 도입된 NFT는 디지털 콘텐츠도 얼마든지 가치를 증명받고 거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NFT는 디지털 기술과 자본주의 경제가 결합해 나타난 산물로,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고 파는 개념이 보다 확장됐음을 시사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오프라인에서만 물품을 구매해 왔지만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쇼핑을 한다. 이후 물성이 있는 제품이 아닌 주식이나 게임 아이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게 됐고, 텀블벅과 같이 특정한 프로젝트에 후원을 하는 방식에도 익숙해졌다. 이제는 디지털 콘텐츠에 사용자가 스스로 값을 매기고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것이다.

NFT는 누구나 판매자가 되고 구매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예술품 시장에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과 차이가 있다. 또한 음악이나 그림은 물론 추상적인 생각이나 의미에도 값을 매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NFT 시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만든 디지털 콘텐츠를 다른 사람이 허락도 받지 않고 NFT로 등록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세계적인 예술가로 유명한 뱅크시를 가장한 사기꾼이 나타나기도 했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빠른 데 비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제도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예술가와 구매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해당 기사는 중기이코노미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 contenta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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